화양연화(花樣年華)
‘The most beautiful moments in life(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
HAZZI(김은정)
작가는 ‘차이(差異)에서 시작하여 경계를 허문다.’
작가의 작업은 인종과 성별, 계급에 상관없이 서로가 스며들고 물들어 각자의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며 경계를 허문다. 인종과 성별, 계급 등에 관한 차별적 시각은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져야할 기본적 권리, 즉 인권의 이야기 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현대사회 인권은 시대의 흐름과 사회, 경제적 변화 및 사회운동의 노력으로 지속적 발전을 이루어 왔다. 1776년 ‘미국 독립 선언문(Declaration of Independence)’에서는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고, 조물주가 부여한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인간이 정부를 조직하였다고 선언하였으며, 1789년 프랑스 대혁명 직후 선포된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Déclaration des droits de l’Homme et du citoyen)’은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났으며, 사상의 자유와 소유권, 안전, 압제에 대한 저항의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운동에 모두가 수혜자가 된 것은 아니었다. ‘여성’, ‘노예’, ‘무산 계급’ 등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은 당시의 인권의 개념에서 실질적으로 배제되어 있었다.
그러나 산업 혁명으로 자본주의가 본격화되면서 노동계급의 열악한 노동과 생활조건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고 사회주의 사상이 등장하였다. 이러한 사회주의 사상의 전파와 노동운동의 성과로 노동계급의 정치적․물질적 권리가 인정되기 시작하였다. 또한 미국의 노예 해방(Emancipation Proclamation), 영국의 차티스트 운동(Chartist Movement), 파리 코뮌(Commune), 여성 참정권 운동(woman suffrage) 등 다양한 사회 운동과 투쟁의 결과로 단지 재산을 가진 소수의 성인 남성만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평등한 정치적․경제적 권리를 향유할 수 있다는 의식들이 점차 확산되어져 갔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항상 인권은 확대․발전 방향으로만 전개된 것은 아니었으며 여러 번의 반동과 퇴보의 시기가 있었다.
작가는 이러한 사회적, 역사적 맥락에서 그간의 작업을 통해 차별에 관한 이야기들을 꾸준히 이야기 하였고, 인종과 성별, 계급에 상관없이 서로가 스며들고 물들어 각자의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고, 그들의 경계를 허물고자 하는 자신의 소망을 작가 특유의 표현방식으로 표현하여 왔다.
또한 작가는 페미니즘(feminism)과 같은 여성해방 운동, 여성 간의 관계와 출신, 환경의 차이, 그에 대한 존중과 경험, 생각의 공유 과정 등 동시대의 매우 중요한 과제에 관심을 갖고, ‘다름(difference)’과 ‘틀림(inaccurateness)’이 아닌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개인의 ‘다양성(diversity)’을 인정하며 서로를 더욱 가깝게 만드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작가는 2014년부터 한국의 전통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의 전통 의상인 ‘한복’을 소재로 하여 사진, 페인팅, 설치물 등을 작업해 왔다. 해외 레지던시 및 초대 전시를 통해 한국은 물론 뉴욕과 세르비아에서 활동했으며, 창작 작업을 위한 현지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진행, ‘인종’, ‘성별’, ‘계급’의 장벽을 허물기 위해 노력해 왔다. 특히 작가가 순수미술 작품에서 ‘패션’이라는 소재를 활용하여 협업 작업을 시작한 것은 장르의 확장성과 다양성, 정체성 등을 융합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러한 경험은 우리의 전통과 타국의 문화가 융합된 색다른 ‘미의 조화’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인간의 ‘피부색(Skin Color)’을 통해 ‘인종’, ‘성별’, ‘계급’ 등 다양성과 평등에 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또한 그간 해외에서의 작업들은 작가에게는 다양한 피부색만큼이나 그들의 희망과 사회적 양극화를 동시에 체감할 수 기회였고, 그것은 단일민족으로 살아가는 한국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그 시기 촬영을 함께한 예술가들은 당시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세계 이슈들을 함께 토론함으로써 서로를 이해하며 편견을 허물었다.
보통 우리가 피부색을 정의할 때는 검은색, 흰색, 노란색, 갈색 등과 같은 여러 종류의 피부 색조가 있더라도 ‘누드톤(Nude Tone)’이라는 단어만을 사용한다. 다만, 서구 브랜드가 주도하는 패션계에서는 아직까지 누드 컬러는 미색이나 복숭아 빛이 감도는 연한 아이보리색으로 인식되어 있다. 이는 편견이고 차별이며, 이러한 이유는 백인의 피부색이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살색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나라마다 활발하며 국내에서는 표준 색상 기준에서 ‘살색’을 뺏고 대신 그 색을 ‘살구색’으로 바꿨다. 작가는 같은 누드톤으로 불리지만 다양하게 존재하는 피부색을 위해 7개의 캔버스에 다른 피부색의 여성의 몸을 그려 넣고, 그 위에 스킨톤의 한복을 만들어 입혔다. ‘그라데이션(Gradation)’의 의미와 마찬가지로 다른 듯 닮은 듯 연결되어가는 피부색들처럼 서로에게 물들어 갈 수 있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긴 작업이었다.
‘화양연화(花樣年華)’, 인생에서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순간!
작가는 지난날의 작업들이 현재 어떻게 비춰지고 있는지 반추해 본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Nude 시리즈’ 작업을 확장시킨 신작 ‘Shine Bright’와 ‘춘하추동(春夏秋冬)’을 선보인다. ‘Shine Bright’는 원단의 ‘질감(texture)’을 ‘조명하여(light)’ 과거의 흔적들이 ‘발하는(shine)’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한복 제작에 사용된 ‘노방:오간자(oganza)’은 얇고 가는 실을 사용하여 속이 비치는 특징을 가진 원단으로 조명 위에 층을 이룬 스킨톤의 한복은 서로의 색을 투영하며 함께 빛을 발한다.
작가가 작품에서 표현하고 있는 ‘주름’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 번째 ‘주름(wrinkle)’은 노화에 의해서 피부의 탄력이 상실되어 피부가 접히는 현상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두 번째 ‘주름(pleats)’은 옷의 입체감을 나타내기 위하여 잡는 주름을 나타낸다. 겹겹의 ‘주름(pleats)’ 들이 모여 하나의 드레스가 만들어진 형상을 통해 세월에 의해 퇴화된 ‘주름(wrinkle)’의 의미가 축적되어 아름다움으로 승화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아름다움은 ‘한때’가 아닌 사계절, ‘춘하추동(春夏秋冬)’처럼 매해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돌아와 새로이 피어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누구에게나 겨울처럼 춥고 어려운 시절이 있었고, 봄처럼 새싹이 틔우고, 여름처럼 싱그러운 날을 지나, 가을처럼 풍부한 수확물을 얻는 시기가 있었다. 힘들었던 기억을 돌이켜 보면 좋았던 시절로 떠오를 때가 있듯, 그 당시 우리는 충분히 찬란했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
‘화양연화(花樣年華)’, 인생에서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순간!
작가는 지금까지의 겪어왔던 다양한 경험과 각계각층의 사람들과의 만남, 그리고 성, 계층, 인종, 세대 등의 차이와 벽을 허물고 물들여 마침내 지금까지의 작가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순간을 타자와 함께하고자 한다. 우리는 다른 피부, 다른 성, 다른 언어로 이 세상을 살아가지만 그 차이는 하나의 다른 색일 뿐 서로의 고유한 특성을 이해하고 당신만이 가진 아름다운 색채를 스스로 사랑해 준다면 세상은 보다 더 다채로운 빛으로 빛날 것이다.
성남아트센터 큐레이터 방주영 전시서문
춘하추동[春夏秋冬]
겹겹의 ‘주름(pleats)’들이 모여 하나의 드레스가 만들어진 형상은 세월에 의해 퇴화된 ‘주름(wrinkle)’의 의미가 축적되어 미로 승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아름다움은 ‘한때’가 아닌 ‘계절’처럼 돌아와 새로이 피어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누구에게나 겨울처럼 춥고 어려운 시절이 있었고, 봄처럼 새싹을 틔우며, 여름처럼 싱그러운 날을 지나, 가을처럼 풍부한 수확물을 얻는 시기가 있었다. 힘들었던 기억을 돌이켜 보면 좋았던 시절로 떠오를 때가 있듯, 그 당시 우리는 충분히 찬란했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
Shining place together
우리는 다른 피부색, 다른 성 그리고 다른 언어로 살아가고 있지만 ‘차이’는 하나의 다른 색일 뿐. 서로의 고유한 특성을 받아들이고, 당신만이 가진 아름다운 색채를 스스로 사랑해 준다면 세상은 보다 더 다채로운 빛으로 빛날 것이다.
Prejudice disabled me from falling in love with others, and Pride shuns others away from me. _Jane Austen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
SPOOL48
수많은 색들 중 일부